[내추럴 프로세싱의 발전]
스페셜티가 등장하며 고품질 커피 생산을 위해 산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에 있어 취약했던 내추럴 커피 생산국들과 기존의 워시드 커피를 생산하던 농장들도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와이니 프로세싱’이 있는데, 기존 내추럴 방식보다 더 긴 시간 건조와 발효를 통해 미생물이 발효에 더 많이 작용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장시간 발효를 통해 초산과 젖산의 생성률을 높여 과일의 단맛과 후미에 와인 같은 산미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레이즌 프로세싱’이 있습니다. 수확 시 검붉게 읽는 체리만 선별적으로 수확하며, 물탱크에 약 하루 동안 담가놓았다가 껍질과 과육을 제거한 후 건조를 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거친 커피는 묵직한 바디감과 건과일과 같은 진한 풍미를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외 프로세싱]
- 펄프드 내추럴 : 브라질에서 개발된 가공법입니다. 비교적 저품질로 여겨지던 브라질의 내추럴 커피에서 보다 나은 커피 품질을 선보이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공법은 펄핑(물을 이용해 껍질과 과육 제거) 후 바로 자연 건조를 통해 워시드와 내추럴 방식의 장점을 가져왔습니다. 워시드에 비해 단맛이 높고, 내추럴에 비해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세미 워시드 : 이 방식은 내추럴과 워시드의 중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펄핑까지는 워시드와 똑같이 진행되지만, 점액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효가 아닌 기계(점액질 제거기)를 이용합니다. 물의 소비와 오폐수 발생이 많은 워시드에 비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에코 프로세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효 과정이 없어 커피의 향미가 덜 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내추럴에 비해 깔끔하지만 워시드에 비해 산미와 단맛이 부족하고 거친 느낌과 쓴맛이 나기도 합니다.
- 길링바사=웻 훌드 : 인도네시아 커피는 다른 나라 커피와 다르게 특유의 흙내와 스파이시함이 특징입니다. 이는 길링바사라는 가공 방식으로 인해 나타나는데, 내과피(파치먼트)가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벗기는 헐링 작업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방식은 특히 수마트라와 술라웨시에서 주로 사용해 온 방식인데, 원래대로라면 파치먼트를 완전히 건조한 상태에서 파치먼트와 내부 생두 사이의 공간이 형성되어 헐링이 수월해지지만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농부들은 건조까지의 시간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탄생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두 곳곳이 깨지고 부서지며, 젖은 상태로 대기 중 미생물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기 때문에 흙내와 스파이시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발효의 목적]
- 아로마 전구체 형성 유도 : 미생물이 당류, 탄수화물, 단백질 등을 섭취하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로마 전구체(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를 형성함으로써 커피 향미에 영향을 줍니다.
- 유기산 생성 : 미생물의 작용으로 발효 과정에서 젖산, 사과산, 초산 등의 유기산이 형성되어 커피 특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클로로겐산과 카페인 농도 감소 : 클로로겐산은 카페익산과 퀸산이 결합된 구조로 커피 전체 중량의 6~12%를 차지하며 커피 속에 포함된 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질입니다. 기본적으로 쓴맛을 가진 클로로겐산은 커피의 떫은맛과 메탈릭한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발효를 통해 일정 정도 클로로겐산의 분해가 이루어지며 커피 맛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커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효]
- 젖산 발효 : 젖산균은 무산소 환경에서 생육하는 혐기성 세균입니다. 산소가 차단된 상황에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당류가 분해되어 젖산으로 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알코올 발효와 함께 생물의 2대 발효이며, 1857년 파스퇴르가 젖산 발효를 언급하였습니다. 젖산균은 온화한 산미의 젖산을 생성하여 커피의 pH를 적당하게 유지시키고,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젖산 발효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발효를 통해 다른 부산물이 없이 젖산만이 생성되는 ‘정상 발효’와 여러 부산물이 생성되는 ‘혼합 발효’ 입니다. 커피 발효 시 발생하는 발효는 혼합 발효입니다. 젖산과 함께 생성되는 에탄올, 초산, 알코올, 이산화탄소 등 여러 생성물이 커피의 향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알코올 발효 : 산소가 차단된 상황에서 미생물에 의해 당류가 분해되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미생물은 효모(이스트)로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발효 탱크에 거품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 거품은 산소를 차단하여 커피의 향미를 보존하는 뚜껑 역할을 합니다.
- 초산 발효 : 초산균은 호기성 세균으로 초산 발효는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산화반응을 통해 에틸알코올에서 초산이 생기는 과정을 말합니다. 커피 발효 시 낮은 농도에서의 초산 발효는 과일과 같은 향미를 제공합니다.
[미생물의 종류]
커피 발효 과정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나타내는 미생물은 박테리아와 이스트입니다. 발효 초기 단계에서는 박테리아가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것들은 커피 체리에 자연적으로 내생 합니다. 박테리아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 분위는 씨앗과 그다음으로 뿌리 부분입니다. 박테리아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며, 항생 물질을 생산하여 해로운 미생물에 대한 보호 작용을 합니다.
발효가 진행될수록 이스트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마지막에 발견되는 미생물은 곰팡이입니다.
발효 과정은 워시드 가공에 더 보편적으로 보급되어 왔지만,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하는 경우 워시드 방식보다 미생물들이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생물들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견되며, 이러한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커피 향미에 영향을 주는 젖산과 초산이 일부 생성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커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