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반응]
- 구조 : 생두는 약 100만 개의 단일 세포가 밀집된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둥글게 말려 있는 중앙부를 외부층과 내부층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두는 표면적에 따라 열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며, 똑같은 열을 가해도 외부와 내부가 익는 정보에 차이가 납니다. 생두는 밖에서 안으로 열이 전달되기 때문에 색상도 내부가 외부보다 밝습니다.
또한 품질이 좋고 단단한 생두는 세포구조의 밀도가 높아 외부의 열을 내부로 전달하기가 더 어렵다. 생두를 구성하는 성분인 셀룰로오스(섬유소라고도 한다. 식물 세포벽의 기본구조를 이루며 모든 식물성 물질의 30% 이상을 구성한다)는 열에 저항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열전달 속도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열량을 공급하면 원두 속이 덜 익거나 겉이 타버리는 등 로스팅 디펙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적은 열량을 공급하면 생두 내부 깊숙이 열이 침투되지 않아 로스팅 시간이 길어지고 베이크드 같은 로스팅 디펙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스팅 시 열 조절이 중요한데 수분함량이 적을수록 원두가 탈 확률이 높다는 것과 수분함량이 많은 생두보다 화학적 변화가 빨리 일어나며 열전달도 빠르게 진행됩니다.
- 팽창 : 생두는 배아가 발아하는 데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모공이 표면에 있으며, 모공은 로스팅 시 열을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로스팅 시 생두는 열을 흡수하다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표면의 모공이 커지고 세포구조가 확장됩니다.
이 과정에서 생두의 부피가 늘어나고 조직이 다공화됩니다. 생두의 팽창 속도는 조직의 밀도와 드럼 내부의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드럼 안의 온도가 높을수록 다공화된 조직 속에 열과 가스가 가득 채워져 생두가 빠른 속도로 팽창합니다. 열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내부로 계속해서 이동합니다.
생두는 가스를 많이 배출할수록 부피가 증가하고 세포구조가 약해지며, 표면에 공극 면(표면의 균열)이 생기고 이는 크랙으로 이어집니다. 팽창하는 원두의 부피는 증가하지만 밀도는 줄어들게 됩니다.
- 수분 : 수분은 생두 표면에 자유롭게 자리 잡은 자유수와 각 세포와 결합한 결합수로 나뉩니다. 생두의 외부 온도가 100도를 넘어가면 자유수가 증발되기 시작하지만 남아있는 자유수의 일부가 원두를 타지 않게 보호해 주면서 동시에 열을 내부로 전달하는 우수한 전도체 역할을 합니다. 생두는 수분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증기에 의한 내부 압력이 높아져 세포구조가 약해지고 부피가 늘어나게 됩니다.
수분이 많은 생두는 그만큼 온도 상승에 방해받기 때문에 더 많은 열량이 요구되며, 반대로 수분이 적은 생두는 적은 열량으로도 금방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생두는 보통 10~12%의 수분을 가지고 있는데 로스팅하면 1%대까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로스팅할 때 빈 온도가 100도를 넘어가면 수분이 기화되기 시작해 옐로우(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노란색 색소인 엽황소가 드러나며 이 과정에서 생두의 색이 변하는 과정)에 이르면 대부분의 수분을 잃고, 1차 크랙에 가서는 수분함량이 1.8%대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 로스팅 중에 일어나는 생두의 수분 손실은 중량 감소로 이어져 무게가 12~24% 정도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1차 크랙에서 생두는 증기압의 발생과 캐러멜화에 의한 열분해로 인해 수분이 손실되어 열전도율이 낮아집니다. 로스팅이 계속해서 진행되며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고 열을 발산하는 발화점에 가까워지면 조직이 무른 부분을 중심으로 연소되기 시작합니다. 2차 크랙을 일으키는 요인인 이산화탄소의 방출로 이를 기점으로 더욱 활발해집니다.
- 밀도 : 로스터들은 생두가 지닌 고유의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사전에 자신만의 계획을 갖고 생두를 분류합니다. 밀도를 기준으로 소프트 빈, 하드 빈으로 나누어 로스팅 시 투입 온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열원의 비중과 구간별 열전달 방식을 바꾸기도 합니다. 밀도가 낮은 소프트 빈은 밀도가 높은 하드 빈보다 적은 열량이 필요하며 로스팅 시간도 짧습니다.
밀도는 부피당 무게를 뜻합니다. 생두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지방, 탄수화물, 당, 미네랄,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품질도 좋습니다. 유기물질 함량이 높은 생두일수록 로스팅 시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밀도가 높은 생두는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으며, 밀도가 낮은 생두는 미디엄에서 미디엄 다크로 로스팅하면 일부가 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로스팅 레벨을 라이트에서 미디엄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두의 밀도는 스크린 사이즈와도 연관이 있는데, 스크린 사이즈가 큰 생두는 대부분 밀도가 낮아서 열량을 적용할 수 있는 폭에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스크린 사이즈가 크거나 여러 가지 스크린 사이즈가 섞여 있는 생두는 신중하게 고려한 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오일 : 생두에 포함된 고체 상태의 지방과 액체 상태의 오일은 전체 중량의 8~15%를 차지하며, 흔히 ‘커피 오일’이라고 합니다. 커피 오일에는 커피의 방향족 화합물이 농축돼 있으며 실제 커피로 추출했을 때는 0.1~0.8% 정도만 물속에 녹아듭니다. 로스팅을 한다고 해서 이런 성분이 열에 의해 변하진 않으며 다만 로스팅 레벨이 높아질수록 눈에 보일 정도로 표면에 드러나게 됩니다.
로스팅 시 빈 온도가 170도에 도달하면 휘발성 오일이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생두의 단백질에 고체상태로 들어있던 지방은 2차 크랙 이후에 열분해를 거쳐 밖으로 배출됩니다. 대부분의 로스터가 커피 오일을 다크 로스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는 합니다.
라이트 로스팅은 생두 세포구조의 손상 정도가 작기 때문에 커피 오일이 내부에 계속 머물러 있으며 외부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고온에서 강한 화력으로 패스트 로스팅할 경우에는 생두의 세포구조가 빠르게 파괴되어 로스팅 레벨은 라이트지만 커피 오일의 배출은 가속화됩니다.
커피학